"대법, 배임죄 사건 절반 '기업인의 경영적 판단' 무시한채 판결"

입력 2015-04-20 20:41  

다시 불거진 배임죄 논란
전경련, 대법 판례 37건 분석

경영 판단이 유·무죄 갈라
비적용 19건 중 16건 '유죄'…적용한 18건 중 10건 '무죄'
"경영상 판단 원칙 상법에 명문화해야"



[ 강현우 기자 ] 대법원이 2004년 기업인의 배임죄를 판단할 때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음에도 법원은 배임죄의 절반에 대해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는 유죄가 훨씬 많았던 반면 이 원칙을 적용했을 때는 무죄로 판결난 경우가 더 많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배임죄를 판시할 때 경영판단의 원칙을 반드시 적용하도록 상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판단 원칙 적용 ‘오락가락’

대법원은 2004년 대한보증보험의 한보그룹에 대한 특혜 보증 사건에서 ‘기업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있기 때문에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기업 이익에 합치한다고 믿고 신중하게 결정했다면 결과적으로 기업에 손해가 발생해도 배임죄로 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배임죄에서 이른바 ‘경영판단의 원칙’을 정립한 첫 판례다. 경영판단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대한보증보험 경영진은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당시 대법원이 경영판단의 원칙을 제시한 것은 형법·상법상 배임죄의 ‘임무에 위배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행위’라는 모호한 범죄 요건으로 수많은 기업인이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법정에 서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법원 스스로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전경련이 2004년 이후 대법원이 심리한 기업인 배임죄 사건 37건을 분석한 결과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은 판례가 절반이 넘는 19건에 달했다.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은 19건 가운데 16건은 유죄로 판결했다. 3건만 무죄로 결론났다. 반면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한 18건 중에선 무죄가 10건, 유죄가 8건으로 무죄 비율이 더 높았다.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 여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또 고등법원의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면서 무죄로 바뀐 판례도 5건 있었다. 형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3년을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임종욱 전 대한전선 부회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상법상 경영판단 원칙 명문화를”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부실 대출 혐의로 배임죄 유죄 판결을 받은 저축은행 회장들이 제기한 배임죄 위헌 헌법소원 사건에서 ‘대법원이 경영판단의 원칙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배임죄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법원이 배임죄 사건을 심리할 때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취지다.

전경련은 이 헌재 결정을 계기로 법무부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상법에 명문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재계는 지난해 말 정부의 규제 기요틴 과제로 배임죄 구성 요건에 경영판단의 원칙 도입을 건의했지만, 민관 합동회의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과제로 분류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검찰과 법원이 기업인의 배임죄에 대해서 관행적으로 형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상법상 배임죄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넣고 기업 경영 활동은 상법을 적용하는 것이 법 체계상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 경영판단의 원칙

경영자가 기업 이익을 위해 신중하게 판단했다면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한다 해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 대법원은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기 위해 배임죄 판단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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